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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한 추위가 어깨를 쓰다듬고 지나가는 여느 3월. 

드문드문 쓰레기가 눈에 띄기 시작하는 카메야마 공원 일대로,
아이하라 고교 봉사부는 올해 첫 봉사활동을 나가기로 결정했다.
쓰레기 줍기라는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은 과제에도 첫 부활동이라는 사실 하나에 한창 들뜬 아이들.
봉지가 하나, 둘 채워지기 시작할 즈음, 익숙한 목소리가 공원 안에 울려 퍼진다. 

"다들 이쪽으로 와봐!" 

사람들의 발길이 적은 공원 깊숙한 곳. 
목소리를 따라 들어간 아이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흐드러지게 피어나 하늘 한쪽을 가득 메운 연분홍빛의 벚꽃길.
아이들이 지나왔던,
나뭇가지를 앙상히 드러내던 길이 거짓말이었다는 듯 눈앞을 간질이며 벚꽃잎 두어 조각이 지나간다. 

 
날짜를 세는 아이, 흥분해 제 친구의 어깨를 두드리는 아이,
그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간간이 흩날리는 벚꽃잎을 바라보는 아이. 
집합 시간까지는 1시간 남짓이 남았다.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보다 안쪽으로 들어섰다. 한 발, 두 발. 

어? 

묘한 위화감이 아이들을 에워싼다. 
무심코 뒤를 돌아보자 지금까지 아이들이 걸어왔던 길 옆의 앙상한 가로수들이 마치 시간을 앞당긴 듯
일제히 화사히 만개하기 시작했다.
분홍빛으로 물들어버린 사방을 둘러보고, 또 둘러보았다. 
아이들은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벚나무 사이로 이리저리 얽힌 수풀을 헤쳐가며 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꿈일까? 

누군가 꺼낸 말에 누군가

꿈일 거야. 

대답했다. 
 

 

 얘들아, 다리야. 큰 다리가 있어. 

앞서가던 누군가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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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known Track - Unknown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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